‘커피믹스 봉지’보다 무서운 건 ‘15분’ 종이컵……나노 플라스틱 102억개 나왔다
세계일보 김기환
2026. 2. 6. 17:42
일회용 종이컵, 얇은 플라스틱 코팅층 덧입혀져
뜨거운 액체 닿으면 미세하게 녹아 플라스틱 방출
일회용 종이컵에 뜨거운 음료를 15분 이상 담으면 미세플라스틱이 방출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고온의 음료가 컵 내부 코팅층을 손상시키면서 미세플라스틱이 음료로 유입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종이컵이 플라스틱 컵보다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인식을 뒤집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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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은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인공지능)를 활용해 생성된 가상의 이미지입니다. xAI의 그록으로 생성
6일 과학계에 따르면 인도 공과대(IIT 카라그푸르) 연구팀은 시중에서 판매되는 일회용 종이컵 5종을 수거해 85~90도의 물을 종이컵에 붓고 15분간 컵 안의 액체를 분석했다. 연구팀은 형광 현미경을 이용해 10㎛(마이크로미터) 이상 크기의 미세플라스틱 입자 개수를 지표로 삼아 종이컵에서 방출된 입자를 정량 비교했다.
그 결과, 종이컵 100mL 기준으로 평균 약 2만5000개의 미세플라스틱 입자가 검출됐다. 관찰된 입자 크기는 약 25.9~764.8㎛ 범위였다. 중앙값은 약 53.65㎛였다. 연구팀에 따르면 육안으로는 확인이 어려운 나노 단위 플라스틱 입자의 경우에도 약 102억개가 음료 속에서 검출됐다.
방출된 미세 나노플라스틱은 입자 크기가 매우 작아 체내로 흡수될 가능성이 크다. 일부 입자는 혈관을 따라 이동해 장기 깊숙한 곳까지 도달할 수 있는 것으로 보고됐다. 장기적으로는 면역 체계를 교란하거나 호르몬 이상을 유발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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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국내 연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확인됐다. 인하대학교 바이오시스템융합학과 연구팀이 국제 학술지 Chemical Engineering Journal에 게재한 논문에서, 폴리에틸렌(PE) 코팅 종이컵에 뜨거운 물을 채웠을 때 머리카락 굵기의 약 10만분의 1에 해당하는 나노 크기의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다.
연구진은 입자의 크기가 작을수록 체내 흡수가 용이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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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미나이 생성 이미지
일회용 종이컵은 물이 스며들지 않도록 내부에 폴리에틸렌(PE)이나 폴리프로필렌(PP)으로 된 얇은 플라스틱 코팅층이 덧입혀져 있다. 문제는 코팅층의 내열성이 그리 높지 않다는 데 있다. 뜨거운 액체가 닿으면 표면이 미세하게 녹거나 벗겨지면서 플라스틱 입자가 떨어져 나올 수 있다. 국제 학술지 Science of the Total Environment에 실린 연구에서는 95도의 물을 PE 코팅 종이컵에 20분간 담아뒀을 때 리터당 675개에서 5984개의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다고 보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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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또 다른 위험 요소로는 과불화화합물(PFAS)이 꼽힌다. PFAS는 물과 기름을 잘 튕겨내는 성질 때문에 과거부터 일부 종이컵 방수 코팅 등에 사용돼 온 물질이다. 체내에 들어오면 거의 분해되지 않고 쌓인다. PFAS에는 과불화옥탄술폰산(PFOS)과 과불화옥탄산(PFOA) 등 여러 종류가 있다. 이들은 인체 내 축적 시 건강 영향을 줄 수 있는 대표 물질로 알려져 있다.
전문가들은 종이컵이 플라스틱 컵의 안전한 대안이라는 인식 자체가 잘못됐다고 지적한다. 매일 두세 잔의 커피를 종이컵으로 마시는 사람의 경우 1년 동안 섭취하는 나노 플라스틱의 양이 수조개에 이를 수 있다는 경고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저널 오브 해저더스 머티리얼스(Journal of Hazardous Materials)'에 4일 게재됐다.
김기환 기자 kk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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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s://v.daum.net/v/20260206174221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