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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과생활

삶의 목적 중시할수록 장수 유전자가 깨어난다

2025. 5. 17. 00:54

 

 

윤영호의 즐거운 건강


“직장생활이 당신의 삶에 얼마나 기여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우리 연구팀은 2024년 3월, 전국 20~40대 직장인 1000명에게 물었다. 갑자기 웬 엉뚱한 질문인가 하겠지만 직장인들에게는 직장생활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고 삶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며 건강에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항노화 작용 ‘텔로머라제’도 더 활성
조사 결과, 직장인 10명 중 7명 이상이 직장생활이 전반적으로 자신의 삶에 긍정적인 기여를 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그러나 다른 풍경도 보인다. 신체적, 사회적 삶에 대해서 10명 중 8명 가까이가 긍정적인 평가를 한 반면, 삶의 목적을 중시하는 실존적 삶에 대해서만은 10명 중 4명이 부정적 평가를 했다. 직장이 자신의 일이 가치 있기를 바라고 삶의 의미와 목적에 기여하기를 바라는 기대를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연령대별로는 별다른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건강을 위해 굳이 삶의 목적을 중시해야 할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필자가 삶의 목적을 강조하는 이유는 건강한 장수, 건강하게 오래 사는 데에 중요한 요인이기 때문이다. 즉, 삶의 목적은 건강만이 아니라 수명에도 긍정적 영향이 있다. 삶의 목표를 세우고,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자기 주도적인 삶의 목적이 건강한 행동을 촉진하며 사망률을 낮출 수 있다는 연구들이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래픽=정수경 기자 jung.suekyoung@joins.com

 

연구 결과들을 살펴보면 삶의 목적은 뇌졸중 위험의 감소를 보였으며, 당뇨병 환자에서는 낮은 삶의 목적은 높은 당화혈색소(HbA1c)와 관련이 있었다. 당화혈색소는 2~3개월 동안 혈당이 잘 조절되었는지를 반영하는 지표로 당뇨병의 심각도를 보여준다. 삶의 의미나 목적의식이 부족한 환자들의 경우 질병의 관리가 잘 안 되기 때문이다. 삶의 목적과 치매 발병과의 관련성을 분석한 연구에서도, 삶의 높은 목적 수준은 치매 발병 지연만이 아니라 사망률 감소와도 관련이 있었다. 사망 시 평균 연령은 목적 수준이 낮은 사람의 경우 85세였으며, 삶의 목적 수준이 높은 사람의 경우 약 89세였다. 동서양에서 장기 추적 조사한 여러 연구에서도 높은 삶의 목적은 사망률 위험이 20~40% 낮았다

 

삶의 목적에 대한 의식을 갖는 것이 정신 건강과 신체 건강과도 관련이 깊다. 필자의 연구팀이 발표한 논문들에서도 삶에 분명한 이유가 있거나 의미가 있는 상태로 유지하고자 하는 실존적 웰빙, 삶의 질이 신체적·사회적·정신적 웰빙보다 더 우울증과 강력하게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점을 여러 차례 확인했다. 자기 삶의 이유와 목적, 의미를 찾지 못할 때 우울해지고 자살을 생각할 수도 있다는 점을 정신 건강 정책이나 캠페인 설계 때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삶의 목적이 우리에게 건강과 장수를 선물한다는 것을 의학적으로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삶의 목적은 건강 행동을 통한 간접적인 효과를 가져올 뿐만 아니라, 염증을 낮추고 노화를 억제하고 수명을 늘려주는 텔로머라제 활성을 증가시키는 등 생물학적 경로에 직접적인 효과를 보인다. 우리 인간은 삶의 목적을 추구하는 존재이다. 살아가면서 잃지 않아야 할 삶의 목적과 의미가 우리를 건강하게 오래 살도록 유전자도 응원한다.

“당신의 삶에서 당신이 하는 일들이 중요하고 가치 있습니까?” 질문은 매우 가치 있다.

2024년 직장인들의 현실적인 목표를 살펴보면 경제적 안정이 가장 많지만 건강한 삶, 인간다운 삶을 위한 선택도 중요하다. 얼마 전 발표된 국민통합위원회 ‘2040 가족·노동역할 태도와 실태 연구’ 보고서에서도, 20~40대 78%가 일의 의미에 대해 ‘생계를 위해서는 일할 수밖에 없다’라고 인식했다. 젊은이들은 직장이 소비와 생활을 위한 수단일지라도 삶의 목적에도 이바지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돈을 많이 벌더라도 건강과 장수에 도움이 되는 삶의 목적에 이바지하지 못하는 직장이라면 한번쯤은 고민해야할 것이다. 기업도 직원들의 삶의 목적에 얼마나 이바지하는지를 점검해 보기 바란다.

취약 계층 동기 지원 프로그램 절실
회사가 직장인들의 삶의 목적을 높이기 위한 프로그램을 제공한다면 건강 수명이 증가하고, 업무 효과와 생산성이 향상하며 의료비를 절감하는 공익적 혜택도 주는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특히 사회경제적 수준이 낮은 경우 삶의 목적이 사망 위험과 더 강한 관련성을 보인다. 취약 계층에게 높은 삶의 목적을 갖도록 지원해 주는 사회적 프로그램이 더 절실하다. 정부와 기업의 관심이 필요하다. 직장이 경제적 수단만이 아니라 삶의 목적을 구현할 수 있는 인간다운 환경을 만드는데 직원과 기업·정부가 함께 노력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삶의 목적, 개인과 사회를 건강하게 오래 살게 하는 젊음의 비결이기 때문이다.

 
 
윤영호 서울의대 교수. 서울대 건강문화사업단장 겸 서울의대 교수. 한국건강학회명예이사장. 삶의 질 연구 및 완화의료 분야 국내 최고 권위자이자 가정의학 전문의다. EBS ‘명의’에 소개되며 큰 주목을 받았다. ‘연명의료결정법’ 법제화에 앞장서기도 했다. 『나는 품위 있게 죽고 싶다』 『습관이 건강을 만든다』 『명품건강법』 등 다수의 저작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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