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유전자, 오직 어머니로부터만 물려받는 모계유전 3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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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11.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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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유전은 보통 부모 양쪽으로부터 절반씩 물려받는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모든 유전이 그렇지는 않습니다. 그중에는 오직 어머니에게서만 전해지는 유전자, 즉 ‘모계유전’이 있습니다. 이 유전자는 아버지에게서 아무리 강한 형질을 물려받더라도 영향을 받지 않으며, 세대를 건너뛰지 않고 이어집니다. 인류학, 의학, 유전학 연구에서 매우 중요하게 다뤄지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대표적인 모계유전의 세 가지 사례를 알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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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미토콘드리아 유전 – 세포 에너지의 설계도
모계유전의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미토콘드리아 유전자(Mitochondrial DNA)입니다. 미토콘드리아는 세포 속에서 에너지를 만드는 기관으로, 인체의 ‘발전소’ 역할을 합니다. 사람의 모든 세포에는 핵DNA와 미토콘드리아DNA가 있는데, 미토콘드리아DNA는 오직 어머니의 난자에서만 물려받습니다. 정자의 미토콘드리아는 수정 순간 대부분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이 유전자는 신진대사 효율, 에너지 생산, 세포 노화 속도와 직접 관련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미토콘드리아 이상이 생기면 근육 위축, 신경 기능 저하, 청각 손실, 심장 기능 이상 등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의사들이 ‘에너지 대사 질환’이나 만성 피로 증후군을 진단할 때 어머니의 병력까지 유심히 살피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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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게티이미지뱅크
2. 난모세포 관련 유전 – 생식 건강의 핵심
여성의 난자는 태어날 때 이미 정해진 수로 존재하며, 세월이 지나면서 기능이 떨어집니다. 이때 난모세포 품질을 결정하는 유전적 요인 역시 모계유전을 따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염색체 분리 과정에 관여하는 단백질을 조절하는 유전자가 어머니로부터 그대로 전해지기 때문에, 어머니가 조기 폐경이거나 난임이 있었다면 딸에게서도 같은 경향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체질’이 아니라 세포 내 에너지 대사 효율, 난자 DNA 복구 능력 같은 세포 수준의 유전적 특성이 이어지는 것입니다. 최근 불임 전문의들이 가족력을 세밀하게 묻는 이유는 이처럼 생식 능력에 영향을 미치는 모계 유전 요소가 점점 더 구체적으로 밝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3. X염색체 연관 질환 중 모계전달형 – 남성에게 더 강하게 나타난다
인간은 XX(여성), XY(남성)의 성염색체를 가집니다. 어머니는 항상 자녀에게 X염색체를 전달하기 때문에, X염색체에 돌연변이가 있을 경우 그 영향은 아들에게 직접 나타납니다. 이를 X연관 모계유전이라 부릅니다. 대표적인 예가 듀시엔 근이영양증(Duchenne Muscular Dystrophy), 혈우병, 색맹입니다.
이 질환들은 대부분 어머니가 보인자로서 질병 유전자를 지니고 있지만, 증상이 거의 없거나 경미한 반면 아들은 단 하나의 X염색체만 받기 때문에 발병 확률이 높고 증상도 심하게 나타납니다. 의학적으로는 이 현상을 ‘모계전달형 질환’이라 부르며, 가계 내 남성에게서 세대를 건너뛰지 않고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특징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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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모계유전이 특별한가
모계유전은 진화적으로 매우 안정된 경로를 갖습니다. 미토콘드리아DNA는 수천 세대에 걸쳐 거의 변하지 않아 인류 이동과 기원을 추적하는 연구에도 활용됩니다. 또한 모계로만 전해지는 유전적 특성 덕분에, 질병의 원인을 찾을 때 아버지 쪽보다 어머니의 건강 이력이 더 중요한 단서가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즉, 모계유전은 단순히 ‘엄마를 닮았다’는 수준이 아니라, 세포의 에너지 시스템, 생식 능력, 특정 질환의 발병 경향까지 결정짓는 핵심적인 유전 메커니즘입니다.
우리는 부모로부터 반반의 DNA를 물려받지만, 생명 유지의 근간이 되는 일부 유전자는 오직 어머니를 통해서만 이어집니다. 미토콘드리아 유전, 난모세포 관련 유전, X염색체 연관 질환은 그 대표적인 세 가지입니다. 모계유전은 단순히 생물학적 현상을 넘어, 세대를 잇는 건강의 흔적을 보여주는 자연의 기록이라 할 수 있습니다
출처: https://v.daum.net/v/KiFzlGjJr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