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어지럽다고 넘겼다가…뇌질환 첫 증상일 수도 [건강한겨레]
한겨레 신문 윤은숙 기자2025. 11. 19. 23:16
![]()
어지럼증은 하나의 병명이 아니라 여러 질환이 보여주는 신호다. 게티이미지뱅크
갑자기 주변이 빙글 돌거나 몸의 중심이 훅 무너지는 듯한 순간을 경험했다면, ‘잠을 못 자서 그렇겠지’ ‘빈혈인가?’ 하고 넘기기 쉽다. 하지만 어지럼증은 전체 인구의 3명 중 1명이 겪을 만큼 흔한 증상이면서도, 그 배경에는 귀의 작은 구조물부터 뇌 깊숙한 혈관까지 다양한 원인이 얽혀 있다. 때로는 생명을 위협하는 신호일 수도 있어 가볍게 보기 어렵다.
어지럼증은 크게 말초성과 중추성으로 나뉜다. 귀 속 전정기관의 이상에서 비롯되는 말초성 어지럼증은 비교적 예후가 좋은 편이다. 반면 뇌졸중이나 뇌종양처럼 뇌의 구조적 문제가 원인이 되는 중추성 어지럼증은 응급으로 분류된다. 인천나누리병원 뇌신경센터 이민영 과장은 “어지럼증은 하나의 병명이 아니라 여러 질환이 보여주는 신호”라며 “말이 꼬이거나, 두 개로 보이거나, 팔다리가 저리는 증상이 함께 나타난다면 중추성 원인을 반드시 의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말초성 어지럼증의 대표적 질환인 이석증은 귀 속 평형 감각을 담당하는 세반고리관 안에서 떨어져 나온 작은 결정(이석)이 문제를 일으키면서 발생한다. 머리를 돌릴 때 주변이 갑자기 휘도는 듯한 증상이 나타나지만 대체로 시간이 지나면 좋아진다. 바이러스 감염이나 염증이 전정신경을 손상시키는 전정신경염, 귀 속 내림프액이 과하게 차오르는 메니에르병 역시 말초성 어지럼증의 흔한 원인이다. 이 경우에는 심한 구토, 이명, 난청이 함께 나타날 수 있다.
반면 중추성 어지럼증은 뇌혈류 장애나 뇌 조직 손상과 직결된다. 특히 소뇌·뇌간 부위는 몸의 균형을 담당하기 때문에 이 영역에 문제가 생기면 언어장애, 시야 흐림, 한쪽 팔다리의 마비 같은 신경학적 증상이 동시에 나타난다. 이민영 과장은 “중추성 어지럼증은 시간이 지나도 자연 호전되지 않는다”며 “오히려 악화되는 경우가 많아, 1분 1초가 중요한 상황도 있다”고 강조했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영상·기능 검사가 필수다. 뇌 MRI는 미세한 뇌졸중이나 종양을 포함해 뇌 구조 변화를 가장 정밀하게 확인할 수 있어 중추성 감별에 핵심적이다. 눈의 미세한 움직임을 기록하는 전정기능 검사는 말초성 원인의 종류를 구별하는 데 도움을 준다. 기립성 저혈압처럼 자율신경계 이상으로 생기는 어지럼증도 있어, 서 있거나 앉았다 일어날 때 혈압·심박수를 측정하는 검사로 원인을 파악한다.
어지럼증은 흔하지만, 반복되거나 48시간 이상 지속되면 반드시 전문의 진료가 필요하다. 특히 팔다리 저림, 말이 어눌해짐, 극심한 두통이 함께 나타난다면 더 이상 지켜볼 시간이 없다. 이 과장은 “어지럼증은 몸의 균형 시스템이 보내는 중요한 경고”라며 “조기에 원인을 정확히 찾고 치료하면 대부분 좋은 예후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윤은숙 기자 sugi@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출처: https://v.daum.net/v/202511192316307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