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장수 비결? 웃으며 재활, 근력운동은 꾸준히!”
[초고령 사회, 더 건강하게!] 〈1회〉 주목, 일본 노인 의료 시스템
동아일보-고려대 의료원 공동 기획
“가족과 즐거운 노년을 보내도록”… 환자가 재밌는 재활훈련 큰 효과
근력 운동 필수, 매일 하는 게 중요… 지자체와 건강 네트워크도 구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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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건너 불구경’이 아니다. 우리에게도 곧 들이닥칠 미래다. 병에 걸리지 않는 것, 그리고 걸려도 건강하게 사는 것이 풀어야 할 숙제가 됐다. 일본은 어떻게 대처했을까. 일본 아이치현 오부시 국립장수의료연구센터(NCGG)를 찾았다. 2004년 설립된 NCGG는 고령자 전문 국립센터로 301개 병상을 갖추고 20개 이상의 진료과를 운영한다. 치매를 비롯해 노인 질병에 대한 예방과 연구 활동도 활발하다.
● “참여형 재활, 병 진행 늦춰”
먼저 재활 치료를 지켜봤다. 매주 3회 오후 1시간씩 주로 경증 치매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다. 환자와 스태프 등 10여 명이 참여하는데, 언뜻 보기에는 그저 왁자지껄 e스포츠를 즐기는 듯했다.
벽에 걸린 대형 TV에 볼링 게임 화면이 떴다. 환자들은 순번이 돌아오자 게임기를 들고 볼링 동작을 취했다. 볼링핀을 쓰러뜨리든 쓰러뜨리지 못하든 격려와 환호의 박수가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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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질병은 피할 수 없다. 그렇다면 이 같은 방식의 재활 프로그램은 강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민간 영역에서도 이런 프로그램은 충실히 운영되고 있다. 아이치현 나고야시 신차야 노인보건시설은 국내 요양병원과 노인주간보호센터를 혼합한 모델인데, 단지 ‘수발’만 하지는 않았다. 사와다 아키히로 사업부장은 “노인들이 건강을 회복해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재활을 돕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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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절대 필요한 근력 운동
아라이 이사장은 “노인 건강에 운동, 특히 근력 운동만큼 중요한 것도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NCGG는 여러 운동 프로그램을 개발해 보급하고 있다. 근력과 유연성을 모두 키울 수 있으면서 노인이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동작을 추려 봤다. 매일 30∼60분씩 해보자. 가능하면 시간을 정해놓고 같은 시간대에 하는 게 좋다
기본 자세는 의자에 앉아 상체를 세우고 정면을 바라보는 것이다. 이 상태에서 ① 한쪽 무릎을 펴며 지상과 수평이 되게 쭉 뻗는다. 발끝은 천장을 향한다. 왼발과 오른발을 번갈아 가며 50회씩 3세트를 한다. ② 한쪽 발을 바닥에 댄 채로 쭉 뻗는다. 상체를 숙이면서 손을 발끝으로 뻗는다. 발끝은 천장을 향한다. 30초 동안 멈춘 후 좌우 바꿔 시행한다. 3세트 반복한다. ③ 한쪽 다리를 끌어 올려 허벅지가 배에 닿도록 노력한다. 좌우 번갈아 가며 50회씩 3세트를 한다. ④ 앞 동작을 반복하되 허벅지를 들어 올렸을 때 상체를 뒤튼다. 오른발을 들면 왼쪽 팔꿈치가 오른발 허벅지에 닿도록 한다. 좌우 교대로 10회씩 3∼5세트를 한다.
의자에서 일어서자. 의자 등받이를 잡고 선다. ① 다리를 앞뒤로 벌린 후 앞무릎을 구부리고 뒷다리를 쭉 편다. 종아리에서 팽팽함이 느껴져야 한다. 30초 동안 지속한다. ② 다리를 살짝 벌려 선다. 한쪽 발을 뒤쪽으로 쭉 찬다. 이때 무릎은 자연스럽게 굽힌다. 좌우 돌아가며 30회씩 3세트를 한다. ③ 앞 동작을 똑같이 하되 무릎을 편다. 좌우 돌아가며 50회씩 3세트를 한다. ④ 어깨너비로 발을 벌린다. 한쪽 발을 옆으로 들어 올린다. 좌우 번갈아 가며 30회씩 3세트를 한다. ⑤ 두 발을 붙인 후 까치발 동작을 취한다. 50회씩 3세트를 한다. ⑥ 옆으로 선 뒤 한쪽 발끝으로 마룻바닥에 크게 원을 그린다. 무릎은 쭉 편다. 좌우 돌아가며 10회씩 3세트를 한다.
벽을 이용할 수도 있다. 벽에 등을 대고 선 뒤 ① 몸을 쭉 뻗으며 만세를 부른다. 30초 동안 그 자세를 유지한다. ② 스쾃 자세를 취한다. 무릎을 많이 구부릴 필요는 없다. 강도를 조절하며 50회씩 3세트를 한다. ③ 벽에서 떨어져 두 팔을 앞으로 뻗는다. 허리를 펴고 무릎만 구부리며 앞으로 걸어간다. 3m씩 10회 반복한다.
● 촘촘히 연결된 노인 건강 네트워크
치매, 근력 감소, 우울증 예방은 NCGG가 가장 염두에 두는 목표다. 아라이 이사장은 “이를 위한 프로그램을 센터가 개발하고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종의 노인 건강 네트워크다.
코그니사이즈(Cognicise)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영어로 인지(Cognition)와 운동(Exercise)을 결합한 용어다. 뇌와 몸을 함께 훈련함으로써 인지 기능과 신체 기능을 동시에 끌어올린다. 이를테면 걷거나 체조하면서 계산을 수행하는 식이다. 숫자를 세며 걷다가 3의 배수가 나오면 손뼉을 치기도 한다. 지자체는 센터가 만든 프로그램을 매주 한두 번씩 지역 회관에서 진행한다.
이와 별도로 NCGG는 노인들을 위한 운동법이나 식사법 같은 건강 지침을 만들어 지자체에 제공한다. 시민 대상 건강 강좌도 진행한다. 때론 NCGG 전문가들이 직접 노인들을 교육하기도 한다. 아라이 이사장은 “센터 하나만으로는 노인 질병 예방을 완전히 달성할 수 없다. 지자체와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라이 이사장은 촘촘하게 네트워크를 만들어 놓으면 노인 질병을 예방하고 관리하는 데 훨씬 수월하다고 했다. 그는 “주민끼리 사회적 교류를 늘리면 생활 만족도가 올라가고 ‘우울 점수’가 낮아진다. 이에 따라 치매와 근력 감소도 예방할 수 있다. 이 네트워크가 끊어지지 않고 제대로 가동하는 게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글·사진 아이치현=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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