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인간 허락 없이 430만원 결제…“통제 프로그램이 예방 핵심” [크립토360]
헤럴드경제 경예은
2026. 2. 15. 11:54
인호 고려대 블록체인연구소장
AI 에이전틱 월렛 출시…‘M2M 경제’ 현실로
“사람 대신 코드로 통제” 온체인 가드레일 필요
휴먼 에러 줄지만 ‘초고속 결제 연쇄 오류’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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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호 고려대학교 블록체인연구소 소장. 경예은 기자
[헤럴드경제=경예은 기자] “올해 디지털자산 시장 키워드는 ‘AI 에이전트 경제’(AI Agent Economy)를 꼽고 싶습니다. 지금까지는 사람이 코인에 투자했다면, 앞으로는 AI가 데이터를 사고팔며 금융 활동을 수행하는 시대가 열릴 겁니다.”
인호 고려대학교 블록체인연구소 소장은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를 통해 2026년 디지털자산 업계의 핵심 키워드 대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올해 시장이 빗썸 오지급 사태와 같은 과도기적 혼란을 넘어 AI와 블록체인이 결합한 보다 투명하고 자동화된 디지털 경제로 이동하는 원년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인 소장은 “최근 가장 주목하는 이슈는 ‘AI와 블록체인의 결합’”이라고 밝혔다. 그는 AI가 금융거래의 주체로 등장하는 구조적 변화를 강조했다. 인간이 돈을 지불하던 기존 경제와 달리 앞으로는 AI 에이전트가 스스로 데이터를 구매하고 결제를 수행하는 ‘기계 간(M2M·Machine to Machine) 경제’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미국 디지털자산 거래소 코인베이스는 AI 에이전트 간 자동결제 프로토콜 ‘x402’를 공개한 데 이어, 지난 11일(현지시간) AI 에이전트 전용 지갑인 에이전틱 월렛(Agentic Wallet)을 선보였다. 에이전틱 월렛은 AI의 자율 결제 운영을 위한 전용 인프라로 에이전트가 독립적으로 자금을 보유·관리할 수 있도록 설계됐으며 지출 한도 설정 기능도 담겼다.
이처럼 사람의 다중 결재를 거치기 어려운 거래가 늘어나는 만큼 통제 방식 역시 코드 기반으로 재설계돼야 한다는 것이 인 소장의 진단이다. 구글 또한 에이전트 투 에이전트(A2A) 페이먼트 프로토콜 표준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자율 결제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지적됐다. 인 소장은 “최근 오픈봇(OpenBot)이라는 에이전트에 신용카드 번호를 입력했더니 사용자 허락 없이 2950달러(약 430만원 수준)짜리 온라인 강의를 결제한 사례가 있었다”며 “에이전트가 스스로 이 강의를 들으면 수입이 두배로 늘겠다고 판단해 결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인간이 일일이 승인할 수 없는 환경에서는 ‘프로그래밍 가능한 통제’(Programmable Governance)가 필요하다”며 “스마트컨트랙트를 통해 예산 한도, 거래 대상, 허용 리스크 범위 등을 코드 수준에서 강제하는 ‘온체인 가드레일’이 핵심 장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책임 구조 역시 새롭게 설계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인 소장은 “AI 에이전트에도 분산ID(DID)를 부여해 활동 이력을 블록체인에 기록하고, 문제가 발생하면 해당 에이전트를 설정한 소유자에게 책임을 묻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AI와 블록체인의 결합은 데이터 관리 방식에도 변화를 가져올 전망이다. 인 소장은 생성부터 폐기까지 데이터 전 과정을 블록체인으로 추적하는 ‘데이터 BOM’(Data Bill of Material) 개념을 제시했다.
그는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를 제공하기 위해 데이터의 생성→수집→저장→전송→분석→수정→폐기 등 전 라이프 사이클을 블록체인으로 검증하고 이력을 관리하는 연구가 중요해지고 있다”고 했다. 지난 2018년 설립된 고려대 블록체인연구소에서는 최근 이와 관련된 기술을 개발 중이다.
또 개인정보나 기업 비밀을 노출하지 않고도 학습과 검증이 가능한 영지식증명(ZKP·Zero-Knowledge Proof) 기술도 핵심 인프라로 꼽혔다. 인 소장은 “AI 에이전트 간 경제 활동을 뒷받침하는 신뢰 프로토콜로 블록체인 기술의 가치가 다시 부각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최근 논의 중인 디지털자산 2단계법안의 거래소 대주주 지분율 제한(15%룰)에 대해서는 “양날의 검”이라고 평가했다. 오너 리스크를 줄이고 이사회 중심의 견제 구조를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빠른 의사결정이 필요한 산업 특성상 책임 경영을 약화시키는 우려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빗썸 오지급 사태와 관련해서는 지배구조 규제 강화론에 힘이 실릴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인 소장은 “확고한 지배주주가 있음에도 내부 시스템 관리가 허술했다면 오히려 1인 지배 체제가 견제 장치 작동을 막은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기계적인 지분율 제한보다 지배구조 다원화를 통해 내부 감시 기능을 강화하고, 동시에 기술적 보안 감사까지 병행해야 실질적인 리스크 통제가 가능하다”고 했다. 지배구조가 경영 투명성을 높이는 ‘소프트웨어’라면 기술 보안은 자산 안전을 담보하는 ‘하드웨어’라는 셈이다.
향후 AI와 자동화가 이 같은 금융 사고를 줄일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휴먼 에러는 크게 감소할 수 있다”면서도 새로운 위험을 경고했다. 잘못된 알고리즘이 작동할 경우 순식간에 수천, 수만 건의 오류 거래가 발생하는 ‘초고속 연쇄 오류’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인 소장은 이를 막기 위해 “의사결정 단계마다 별도의 검증 AI를 두거나 거래 규모와 속도를 제한하는 ‘디지털 서킷브레이커’ 같은 안전장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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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s://v.daum.net/v/202602151154474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