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경석의 한방 이야기] “건강할 수 있다” 아침마다 외쳐보세요
진료실을 찾은 환자를 진료하다 보면 종종 듣는 이야기 가운데 하나가 “요즘은 하는 일도 없는데 왜 이렇게 피곤하고 자주 아픈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이들은 대부분 무기력하고, 소화가 잘 안되고, 머리가 무겁고, 가슴이 답답하다고 호소한다. 몸에 별다른 이상이 생긴 것은 아니지만, 삶 자체가 무기력한 탓에 병이 든 것 같다고 토로한다.
따지고 보면 병이란 것은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오지 않는다. 흔히 알려진 바이러스나 유전 때문만도 아니다. 문제는 우리가 살아가는 환경 자체가 이미 병의 씨앗을 품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너무 많은 것을 보고, 너무 많은 것을 먹고, 너무 많은 생각과 갈등에 잠긴 채 산다. 하루 종일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못하고, 눈과 뇌는 수많은 정보에 시달리며, 시간에 쫓겨 허겁지겁 식사하고, 인스턴트 음식으로 배를 채우면서 각종 심리적 압박에 처해 있는 것이 현실이다.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급히 먹다 보면 각종 소화기 질환과 복부비만이 생기는데, 사실 우리의 몸은 진짜 배가 고픈 것이 아니라 자연과 연결되지 못한 생명의 허기를 느끼고 있는 것이다. 도심 속 환경도 해롭기는 마찬가지다. 미세먼지와 나노입자가 폐를 지나 뇌로 스며들고, 전자파와 빛 공해가 밤의 숙면을 방해한다
몸보다 더욱 깊이 병 드는 것은 마음이다. 촉박한 시간, 관계의 단절, 말 없는 식사, 홀로 잠드는 밤, 그리고 ‘나도 모르게 피어나는 외로움’이 우리의 면역력을 서서히 무너뜨리고 있다. 건강검진 때 그 수치가 정상이더라도 이런 삶의 구조 안에 있다면 이미 병의 문턱에 서 있는 셈이다.
그래서 나는 환자를 진료할 때 문진 이전에 먼저 마음을 보려고 한다. 주위 환경은 어떤지, 숨은 편하게 쉬고 있는지, 식사는 규칙적인지, 누구와 갈등은 없는지 등을 살핀다. 마지막으로는 자신을 향한 사랑과 용서, 감사를 전한다. 가끔 약보다 한 마디 위로가, 한 번의 손길이 더 큰 치료가 되기도 한다.
한의학에서는 ‘정기(正氣)가 충만하면 사기(邪氣)는 침범하지 못한다’고 한다. 정기는 면역력과 비슷하다. 정기가 왕성하면 질병에 잘 걸리지 않고, 반대로 정기가 약해지면 질병에 취약해진다. 몸 안의 정기는 단순한 체력이나 영양 상태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삶을 긍정하는 마음, 나를 지키는 의지, 그리고 관계 안에서 생겨나는 기운이다. 이런 것이 조화를 이루어야 병마가 물러나는 것이다.
나는 개원 이후 환자들에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나는 건강할 수 있다”며 소리 내어 말하고, 잠들기 전에는 “나는 나 자신을 사랑하고 존경하며 감사한다”며 기도하라고 권해왔다. 그것은 단순한 주문이 아니라 생명을 일으키는 선언이자 자기 믿음이다.
물론 현대 기술은 분자 하나까지 분석하며, 인공지능이 진단의 정확도를 높이고 있지만, 기계가 아무리 발달해도 사람의 눈빛과 손끝에서 전해지는 치유의 힘은 따라올 수 없다. 치유는 수치나 데이터가 아니라 공감과 연결, 그리고 삶의 태도와 마음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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