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건강과생활

뇌는 어떻게 장기 기억을 보존하나?

사이언스타임즈 2019.08.13. 16:36

 

장기 기억 유지하는 분자 메커니즘 밝혀

뇌는 감미로운 첫 키스로부터 아기의 탄생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소중한 기억들을 안전하게 보존한다. 이러한 신기한 재주는 어떻게 가능하며, 어떤 과정을 거쳐 작동할까?

미국 컬럼비아대 신경과학자들은 실험용 쥐 세포를 이용한 새로운 연구에서 뇌가 이런 종류의 장기 기억을 유지하도록 하는 분자 메커니즘(molecular machinery)를 밝혀내는데 성공했다.

 

 

 

연구팀은 뇌의 신경세포인 뉴런의 활동을 관찰해, 특정 단백질(CPEB3)이 어떻게 뉴런으로 하여금 시간이 지나도 기억들을 저장할 수 있도록 준비시키는지를 확인했다.

미국 국립과학원 회보(PNAS) 12일 자에 발표된 이번 연구는 뇌의 가장 보편적이며 기본적인 분자 기능 중 하나에 대한 전혀 새로운 관점을 보여주었다는 평이다. 아울러 알츠하이머병 같은 기억 상실로 특징지어지는 신경퇴행성 질환 치료를 위한 새로운 목표도 제시했다.

 

실험에서 자극을 주자 기억 생성에 관여하는 CPEB3(녹색) 단백질이 뉴런의 신경가지에 집중적으로 나타났다. ⓒ Lenzie Ford and Luana Fioriti/Kandel lab/Columbia’s Zuckerman Institute

 

 

기억은 존재의 기본”

논문 공동 시니어저자로 지난 2000년 기억의 분자적 기초 연구로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은 에릭 캔들(Eric Kandel) 교수(뇌과학 ·컬럼비아 모티머 주커만 마인드 브레인 행동 연구소 공동소장)는 “기억은 우리가 누구인가 하는 정체성을 만들어 주며, 우리의 삶에 스며들어 존재의 기본이 된다”고 말했다.

 

에릭 캔델은 바다달팽이를 이용한 세포내 기억 과정의 발견 등 획기적인 연구 결과를 잇달아 발표하면서 그 업적을 인정받아 2000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다. ⓒ Wikimedia Commons

 

 

그러나 그는 “기억은 그 핵심에서 보면 심장 박동과 다르지 않은 생물학적 과정으로서 우리는 이번 연구를 통해 우리 삶의 과정 속에서 기억을 만들고 보존하고 회상하는 두뇌 능력의 이면에 있는 분자 기반을 새롭게 조명했다”고 밝혔다.

모든 기억들, 심지어 덧없이 흘러가는 기억들도 뉴런에서 뻗어나가는 축색돌기(axon)라는 작은 가지들이 서로 연결될 때 만들어진다.

시냅스(synapses)라고 불리는 이 연결점들은 마치 악수하는 것과 같아 강할 수도 있고 약할 수도 있다. 만약 연결이 약하면 기억은 사라질 수 있다. 반대로 강하다면 오래 지속될 수 있다.

 

 

 
일반적인 뇌 활동에서 뉴런들은 축색돌기(axon)를 따라 이동하는 전기신호를 발생한다. 전기신호가 시냅스로 불리는 연결점에 도달하면 신경전달물질이 방출된다. 이 신경전달물질이 다른 세포의 수용체와 결합해 전기적 활동을 변화시킨다. 기억의 경우 해마의 뉴런 중심체에서 생성된 CPEB3가 축색돌기를 따라 이동해 시냅스에서 방출됨으로써 기억 생성과 유지를 돕는다. ⓒ Wikimedia / NIH / NIA

 

 

CPEB3 단백질 없으면 기억 사라져

연구자들은 최근 시냅스를 강화하면 해부학상으로 관찰이 가능한 변화를 일으킨다고 보고했다. 2015년 캔들 박사팀은 쥐 실험을 통해 이런 해부학적 변화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CPEB3라는 단백질을 확인해 냈다. 이들은 기억이 형성되고 떠올려질 때 뇌의 시냅스에 CPEB3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연구팀이 쥐에게서 CPEB3가 만들어지는 것을 방해하자 쥐는 새로운 기억을 형성하기는 했으나 이를 그대로 유지하지는 못했다.

논문 공동 시니어저자인 루아나 피오리티(Luana Fioriti) 박사(이태리 밀라노 소재 마리오 네그리 약학연구소 수석 연구원)는 “CPEB3가 존재하지 않자 시냅스 연결이 끊어지고 기억이 사라졌다”며, “뉴런 안에서 CPEB3의 정확한 기능을 발견한 것이 이번 연구의 원동력이 되었다”고 밝혔다.

기억의 생성과 안정화

CPEB3는 뇌의 기억 중추인 해마 내 뉴런의 중심체 안에서 일정한 간격으로 생성된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 일단 CPEB3가 생성되면 이를 휴면상태로 만들어 사용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분리된 방인 P체(Processing bodies,P-bodies)로 옮겨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논문 공동 제1저자인 렌지 포드(Lenzie Ford) 캔들교수실 박사후 연구원은 “P체에는 CPEB3를 담을 수 있는 세포막 같은 물리적 장벽이 없다”고 말하고, “대신 P체는 주변보다 밀도가 더 높아 이 밀도 차이가 P체들을 서로 붙어있도록 함으로써 CPEB3가 세포의 다른 부분으로 빠져나가지 않고 안에 남아있게 하는 일종의 생물물리학적 힘의 장을 만들어낸다”고 설명했다.

P체가 일단 휴면 CPEB3로 가득 차면 뉴런의 중심을 떠나 신경가지를 따라 시냅스 쪽으로 이동한다. 그리고 동물이 어떤 경험을 하고 기억을 형성하기 시작하면 P체는 용해되고, CPEB3가 시냅스로 방출돼 기억 생성을 돕는다.

시간이 지나면서 CPEB3가 더 많이 방출되면 이 시냅스들은 강화된다. 이는 뉴런의 해부학적 상태를 변화시키고 그 결과 기억이 안정화된다.

 

해마에서 뻗어나온 피라미드형 뉴런(녹색) 모습. ⓒ Wikimedia / PLoS

 

 

신경퇴행성 질환 치료의 유망한 타깃”

캔들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는 단백질 합성이 기억 유지에서 중심적 역할을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아직 발견하지 못한 추가적인 과정들이 존재할 수 있으나 이번 연구는 최첨단의 생화학, 유전학 및 현미경 도구를 통합해 비할 데 없이 상세하게 기억의 멋진 생물학적 메커니즘을 보여준다”고 평했다.

이번 연구는 기억에 대해 밝힌 내용 외에 기억 상실로 특징지어지는 신경퇴행성 질환에 대한 통찰력도 보여준다. 기억 저장에서 CPEB3의 중요성이 입증되었고 인체의 뇌에도 CPEB3의 한 버전이 존재하기 때문에, 연구팀은 이 단백질을 신경퇴행성 질환 치료에서 관심을 기울여 볼 수 있는 유망한 영역으로 보고 있다.

피오리티 박사는 “시냅스가 어떻게 형성되고 시간이 지나면서 어떻게 강화되는지에 대한 과학은 알츠하이머병과 같이 기억이 연관된 시냅스들이 퇴화하고 죽어가는 질환들을 해독하는데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기억에 대한 이런 이해를 계속 구축해 나감으로써 언젠가는 시냅스 퇴화를 막아 기억 손실을 늦출 수 있도록 CPEB3를 증강시키는 유용한 방법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를 표했다.
 
김병희 객원기자


기사원문 바로가기 ↓

 

 

 

 

 

 

 

조회 수 :
188
등록일 :
2019.08.23
08:25:30
엮인글 :
게시글 주소 :
http://www.hfire.or.kr/176500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수 날짜sort
2978 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 10년 젊어지는 식사법 공개… 방법은? 불씨 121 2023-12-19
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 10년 젊어지는 식사법 공개… 방법은? 이해나 기자 입력 2023. 12. 14. 13:38 수정 2023. 12. 14. 14:12       KBS2 ‘옥탑방의 문제아들’에 출연한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정희원 교수가 10년 젊어지는 식사법으로 단순당·정제 곡물 섭...  
2977 “땀흘리면 열 240배 빨리 뺏겨”…한파 이겨내는 법 8가지 불씨 109 2023-12-18
“땀흘리면 열 240배 빨리 뺏겨”…한파 이겨내는 법 8가지 김영섭입력 2023. 12. 16. 07:11수정 2023. 12. 16. 09:42         옷은 세 벌 이상 결쳐 입기 등 ‘기본 수칙’ 준수 중요 주말부터 크리스마스 이브까지 한파가 몰아칠 것 같다. 노약자는 특히 몸을 따...  
2976 “혈관 막혀도 몰랐네”...고지혈증 잡는 식습관은? 불씨 109 2023-12-17
“혈관 막혀도 몰랐네”...고지혈증 잡는 식습관은? 김용입력 2023. 12. 14. 18:30수정 2023. 12. 14. 20:20         심뇌혈관질환은 고지혈증이 출발점... 식사 조절, 운동으로 초기에 잡아야   현미 등 통곡물, 콩 등을 꾸준히 먹으면 고지혈증(이상지질혈증) ...  
2975 소변 본 후 ‘이것’ 안 하면… 세균, 입으로 들어온다 불씨 101 2023-12-16
소변 본 후 ‘이것’ 안 하면… 세균, 입으로 들어온다 이채리 기자입력 2023. 12. 15. 19:00       볼일을 보고 손을 씻지 않을 경우 각종 병원성 세균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의외로 많은 사람이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고 손을 씻지 않는...  
2974 삶의 질 높이고 싶다면 당장 버려야 할 습관 9가지 불씨 104 2023-12-15
삶의 질 높이고 싶다면 당장 버려야 할 습관 9가지 박주현입력 2023. 12. 13. 21:05         과도한 생각, 다른 사람과 비교하기, 일 미루기 등   비교는 기쁨의 도둑이다. 비교는 우리가 가진 것에 감사하는 대신 부족한 것에 집중하게 만든다. 이는 부적절함...  
2973 '다섯 가지만' 지켜도 미세먼지 속 호흡기 보호 가능 불씨 104 2023-12-14
'다섯 가지만' 지켜도 미세먼지 속 호흡기 보호 가능 신은진 기자입력 2023. 12. 12. 09:00       COPD 환자라도 주변 환경 관리를 통해 증상을 개선할 수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미세먼지가 호흡기 건강에 해로운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만성폐쇄성폐질환(CO...  
2972 손씻은 후 '이것' 사용, 세균 더 퍼져...가장 좋은 것은? 불씨 102 2023-12-13
손씻은 후 '이것' 사용, 세균 더 퍼져...가장 좋은 것은? 지해미입력 2023. 12. 11. 16:50수정 2023. 12. 11. 18:20       바이러스 예방하는 손씻기, 말릴 때는 종이타월이 가장 좋아   공중 화장실 등에서 많이 사용하는 핸드 드라이어가 오히려 세균을 더 ...  
2971 공용 화장실 비누에 세균이 득실… 이런 비누로 손 씻으면 어떻게 될까 불씨 116 2023-12-12
공용 화장실 비누에 세균이 득실… 이런 비누로 손 씻으면 어떻게 될까 이슬비 기자입력 2023. 12. 11. 05:00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공용 화장실에 놓인 비위생적으로 보이는 고체 비누를 보다 보면 '손에 있는 세균을 사멸시키는 비누 자체에도 세균이 자...  
2970 "인생이 왜 이래, 숨 좀 쉬자"...이제 당신이 해야할 것 [일단, 명상합니다] 불씨 115 2023-12-11
"인생이 왜 이래, 숨 좀 쉬자"...이제 당신이 해야할 것 [일단, 명상합니다] 선희연입력 2023. 12. 9. 14:01수정 2023. 12. 9. 22:52       "일단 숨 먼저 쉬어봐!" 누군가 긴장하거나 화가 날 때, 우린 이런 이야기를 건넵니다. "자, 일단 숨부터 쉬어." 한숨...  
2969 아침 ‘이 동작’ 5초만 해줘도… 묵은 변 나온다 불씨 110 2023-12-10
아침 ‘이 동작’ 5초만 해줘도… 묵은 변 나온다 이채리 기자입력 2023. 11. 24. 10:00         매일 아침 간단한 동작 하나만으로 수월하게 잠에서 깨고, 건강 효과까지 얻을 수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매일 아침 간단한 동작 하나만으로 수월하게 잠에서 ...  
2968 '이 생활'만 청산하면 심장·뇌는 튼튼해진다 불씨 101 2023-12-09
'이 생활'만 청산하면 심장·뇌는 튼튼해진다 이슬비 기자입력 2023. 9. 16. 12:00       좌식생활을 하더라도 틈틈이 일어서 제자리걸음을 하고, 규칙적으로 중등도 이상 운동을 하면 심장과 뇌 건강을 지킬 수 있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한국인에게 좌식생활...  
2967 은밀하게 몸속에 생긴 염증...“싹 없애려면 뭘 먹어야지?” 불씨 109 2023-12-08
은밀하게 몸속에 생긴 염증...“싹 없애려면 뭘 먹어야지?” 권순일입력 2023. 10. 28. 10:05       비타민A, 브로멜라인, 캡사이신 등 함유 식품이 도움   카레에 들어가는 강황의 주성분인 커큐민은 염증을 퇴치하는 효과가 있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염증...  
2966 나이보다 젊어 보여... '탱탱한 동안 피부' 만드는 습관 6 불씨 105 2023-12-07
나이보다 젊어 보여... '탱탱한 동안 피부' 만드는 습관 6 김수현입력 2023. 11. 26. 06:30         같은 나이라도 더 젊어 보이는 사람은 역시 '동안 피부' 덕이다. 나이 들수록 탱탱한 동안 피부를 가진 사람들이 부러워진다. 주름살 없는 탱탱한 얼굴 피부...  
2965 매일 '이런 물'로 샤워하는 습관… 탈모 유발한다 불씨 113 2023-12-06
매일 '이런 물'로 샤워하는 습관… 탈모 유발한다 이해나 기자입력 2023. 11. 27. 17:50수정 2023. 11. 27. 18:15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하면 탈모, 피부 질환 등이 생길 수 있어 40도 이하의 미지근한 물을 사용하는 게 좋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날씨가 ...  
2964 "내가 탄 비행기도?"…항공기 8편 중 1편꼴로 '병원균 검출' 불씨 105 2023-12-05
"내가 탄 비행기도?"…항공기 8편 중 1편꼴로 '병원균 검출' 김은빈입력 2023. 11. 27. 21:49수정 2023. 11. 28. 06:47         항공기 내부 자료사진. pixabay해외에서 들어온 항공기 8편 중 1편꼴로 병원균이 검출됐다는 위생 점검 결과가 나왔다. 27일 질병...  
2963 부족하면 암·골다공증 온다... 겨울철 비타민D 채우는 법 불씨 107 2023-12-04
부족하면 암·골다공증 온다... 겨울철 비타민D 채우는 법 박지민 기자입력 2023. 11. 29. 20:33수정 2023. 11. 30. 03:38         비타민D는 인체의 칼슘 농도를 유지해 뼈의 건강을 유지하는 작용을 한다. 세균, 바이러스 등이 몸에 들어오는 것을 막는 면역 ...  
2962 ‘이 습관’ 고치지 않으면… 내 몸에 미세플라스틱 쌓인다 불씨 113 2023-12-03
‘이 습관’ 고치지 않으면… 내 몸에 미세플라스틱 쌓인다 이해림 기자입력 2023. 11. 29. 22:00         사진=클립아트코리아 미세플라스틱은 5mm 미만의 작은 플라스틱 조각을 말한다. 하수처리시설에서 걸러지지 않고 강이나 바다로 흘러갔다가 우리 식탁에 ...  
2961 추위가 몸에 미치는 영향 6가지 불씨 116 2023-12-02
"男고환도 작아져"...추위가 몸에 미치는 영향 6가지 지해미입력 2023. 12. 1. 06:51       실내 온도는 최소 18도 이상으로 유지... 추위 노출 유의하고 많이 움직여야   추운 날씨가 몸에 미치는 영향에 어떤 것들이 있는지 알아본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2960 식습관만 바꿔도 수명 10년 길어진다…‘장수 식단’ 뭐길래? 불씨 120 2023-12-01
식습관만 바꿔도 수명 10년 길어진다…‘장수 식단’ 뭐길래? 입력 2023. 11. 30. 09:46수정 2023. 11. 30. 18:43       [헤럴드경제=장연주 기자] 식습관을 건강하게 바꾸는 것만으로 10년을 더 살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눈길을 끈다. 과일, 견과류, 통곡물...  
2959 매일 ‘이것’ 5분만 해도… 불안·우울 개선한다 불씨 121 2023-11-30
매일 ‘이것’ 5분만 해도… 불안·우울 개선한다 이채리 기자입력 2023. 11. 28. 10:00         매일하는 호흡 운동은 우리가 임의로 바꾸기 어려운 자율신경계에 거의 유일하게 의식해서 영향을 줄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작은 습관 하나...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