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건강과생활

임종 직전 맑은 정신.. 기적일까, 우연한 각성일까?

이해림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22. 06. 17. 18:04 수정 2022. 06. 17. 18:10 댓글 172

 

 

[우아한 죽음 ①] 호스피스 병동에서 일어나는 '회광반조'와 '섬망'

 

임종을 앞두고 의식이 흐려진 환자가 갑자기 정신을 차리는 때도 있지만, 이는 매우 드문 일이니 정신이 흐려지는 ‘섬망’이 오기 전 환자와 충분한 대화를 나눠야 한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흰 침대에 누운 환자가 고개를 떨구면 가족들이 흐느낀다. 드라마 속 죽음은 차분하다. 그러나 현실의 죽음은 갑작스럽고 고통스럽다. 최후의 순간까지 ‘나’를 지키고, '나'로 살다 가고 싶은데…, 시간과 질병에 떠밀리지 않고, 손님을 들이는 집주인처럼 죽음을 맞이할 순 없을까. 우아하고 존엄한 죽음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편집자 주)

‘딸, 왔니?’ 병상에 누워 어제오늘 하던 어머니가 갑자기 자식을 알아본다. 드라마에서나 나올 법한 일이 일어난 것이다. 죽음은 임종을 앞둔 당사자에게도, 그를 지켜보는 보호자에게도 힘에 부친다. 마지막 이야기라도 나누고 싶은 마음에 잠시 ‘기적’이 일어난 걸까?

◇신체 상태가 호전되면 일시적으로 의식 돌아와
죽음을 앞두고, 의식이 흐려져 가던 환자가 거짓말처럼 정신을 차릴 때가 있다. 불교 용어를 빌려 와 ‘회광반조(回光返照)’라 일컫기도 한다. 해가 지기 직전에 하늘이 잠깐 밝아진단 뜻이다. 가족들은 갑자기 자기들을 알아보는 환자 곁에 모여 소곤거린다. 살고자 하는 인간의 의지가 죽음을 거스르는 ‘기적’을 이뤘다고 말이다.

이는 굉장히 특이한 경우다. 인간의 정신은 뇌의 기능에 직결된다. 뇌가 제 상태여야 의식이 명료하고 인지 기능도 정상적으로 유지된단 뜻이다. 그러나 임종을 앞둔 사람은 뇌의 상태가 나빠지는 게 보통이다. 죽음은 장기 부전이든 산소 부족이든 병이 심각해서든 몸이 망가지며 찾아온다. 이런 상황에선 뇌에 산소와 당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는다. 의식이 꺼져가고, 사람을 못 알아볼 정도로 인지 기능이 떨어지는 게 죽음에 이르는 일반적 수순이다.

드물다고 해서 과학적으로 설명되지 않는 ‘신비’는 아니다. 뇌는 굉장히 민감해 전해질 수치가 조금만 안 맞아도, 열이 조금만 올라도 제 기능을 못한다. 반대로 어쩌다 전해질 수치가 잘 맞았거나 뇌를 비롯한 몸 상태가 호전되면, 흐렸던 의식이 잠깐이나마 맑아지기도 한다. 고통을 덜려 진통제나 진정제를 맞던 환자는 투약을 중단할 때 정신이 또렷해진다. 환자가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일어난 기적이 아니다. 어떤 이유에서든, 뇌가 제 역할을 할 수 있는 조건이 잠깐이나마 갖춰져 생긴 ‘우연’이다.

원자력병원 정신과 전문의로서 2002~2009년 호스피스 병동 실장을 지낸 조성진 과장은 “회광반조가 나타나는 건 극히 예외적인 경우”라며 “일반적으로는 뇌를 비롯한 신체 상태가 나빠지며 인지 기능도 계속 떨어진다”고 말했다. 운 좋게 회광반조를 경험하더라도 이 상태가 지속되지 않는다. 몸 상태가 일시적으로 좋아진 덕에 정신이 들었으니, 몸이 다시 나빠지기 시작하면 의식도 흐려진다.

◇호스피스 환자 대부분이 정신·심리적 어려움 겪어
죽어가는 환자 대부분은 이런 우연조차 기대하기 어렵다. 죽음에 가까워지며 몸 상태는 착실히 나빠지고, 의식 역시 이에 발맞춰 점점 흐려진다. 개선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 게 보편적이다. 의식이 흐려지는 양상도 가지각색이다. 헛것을 보거나 자식을 알아보지 못하는 환자가 있는가 하면 말 그대로 정신을 잃은 채 잠든 환자도 있다. 고통을 달래려 진통제나 진정제를 맞은 경우가 여기 해당한다.

호스피스 입원 환자 다수는 임종 48~72시간 전에 ‘섬망’이란 정신적 문제를 경험한다. 뇌 기능 부전 탓에 집중, 사고, 지각, 기억, 행동, 감정, 수면 등에 장애가 생긴 상태다. 환각과 환상을 보거나, 시간·장소·사람을 잘 분간하지 못하게 된다. 위독한 환자보다는 섬망이 늦게 시작될 수 있겠지만, 집에서 자연사하는 사람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조성진 정신과 전문의는 “누구도 이를 피할 수 없고, 그건 나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라 말했다. 말기 암 환자든 아니든 죽어가는 인간이라면 보편적으로 거치는 단계라서다. 환자가 갑자기 가족도 못 알아보면 보호자는 당황하기 쉽다. 그럴수록 의료진에게 상황과 예후에 관해 충분한 설명을 듣고 환자를 지지해줘야 한다. 약물, 수액, 비타민을 투여하면 증상이 완화되기도 한다.

죽음이 목전에 다가왔단 공포에 우울해하는 환자도 많다. 약물이나 의료진 면담을 통해 조절할 수는 있으나, 임종 직전에 느끼는 불안을 완전히 뿌리 뽑는 건 불가능하다. 죽음은 ‘나’라는 존재가 우주에서 사라지는 큰 사건이기 때문이다. 조성진 과장은 “존재가 소멸한다는 것 자체가 편안하기 어려운 일이지만, ‘조금이라도’ 환자가 편안하게 마지막을 맞이하도록 하는 게 치료의 목적”이라 말했다. 말기암 등 질환 탓에 고통스러워하는 환자에게선 고통을, 불안해하는 환자에게선 불안을 덜어 삶의 질을 최대한 높이는 것이다.

◇죽을 때 ‘혼자가 아닐 것’이란 확신 줘야
몸이 스러지면 정신이 꺼져가고, 그 후에 죽는 것은 실존으로서의 ‘나’다. 의료진과 보호자가 환자를 지지하고 안심시켜 줘야, 환자도 자신에게 남은 시간을 잘 매듭지을 수 있다. 섬망이 오기 전, 그러니까 임종 1~2달 전에 환자와 그간 못다 한 이야기를 나누는 게 좋다. 싸운 것이 있으면 화해하고, 꼭 하고 싶었던 말이 있으면 미리 하는 것이다. 환자의 삶의 의미를 찾아주기 위해 모두가 노력해야 한다. 몸 상태가 나빠져 섬망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죽어가는 이의 불안을 덜려면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끊임없이 확인해줘야 한다. 임종의 순간에 가족들이 함께할 것이며, 환자가 힘들지 않도록 보호자와 의료진 모두 온 힘을 다할 것이라는 믿음을 주는 것이다. 손을 자주 잡아주는 것도 안정에 효과적이다. 병동이라는 공간 자체가 집보다는 낯서니, 집에 있던 물건 중 환자에게 친숙한 것들을 곁에 가져다 둬도 좋다.

대부분의 죽음은 드라마 속 장면처럼 고통에 몸부림치다 돌연 숨이 끊어지는 것도, 의식의 끈을 붙잡고 할 말을 다 하고 가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의료진과 보호자의 도움을 받아 함께 결승선을 통과하는 마라톤 같다. 서울대병원 완화의료임상윤리센터 유신혜 교수는 “통증이나 호흡 곤란이 있는 환자라도 증상을 잘 조절하며 남은 시간을 보낼 수 있다”며 “편안하게 주무시듯이 임종에 이르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 죽음이 고통스럽고 힘들 것이라며 너무 두려워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Copyrights 헬스조선 & HEALTHCHOSUN.COM

 

 

출처: https://news.v.daum.net/v/20220617180436446

조회 수 :
463
등록일 :
2022.06.18
11:37:41
엮인글 :
게시글 주소 :
http://www.hfire.or.kr/3098283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수 날짜
2460 혈관 건강을 파악할 수 있는 지표 3 불씨 127 2022-07-15
혈관 건강을 파악할 수 있는 지표 3 오상훈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22. 07. 14. 08:00 댓글 6개     혈압, 혈당,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알면 본인의 혈관 건강을 알 수 있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몸의 건강은 혈관에 달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혈관을 통...  
2459 더위로부터 심장을 보호하는 법 5 불씨 137 2022-07-14
더위로부터 심장을 보호하는 법 5 이용재 입력 2022. 06. 29. 17:01     폭염, 심장 약한 사람들에게 특히 위험해   폭염은 특히 심장이 약한 사람들에게 위험하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때이른 열대야가 시작되는 등 올여름 무더위 조짐이 심상치 않다. 6월...  
2458 식탁서 '이 식습관', 사망 위험 28% 증가시킨다 불씨 105 2022-07-13
식탁서 '이 식습관', 사망 위험 28% 증가시킨다 조혜선 동아닷컴 기자 입력 2022. 07. 12. 17:16     미국 툴레인대 연구팀 발표 ⓒ게티이미지뱅크조리된 음식에 소금을 추가하는 식습관이 수명을 단축시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툴레인대 연구팀...  
2457 건강 증진 돕는 작은 생활 습관 변화 10 불씨 108 2022-07-12
건강 증진 돕는 작은 생활 습관 변화 10 이보현 입력 2022. 06. 30. 13:01 댓글 1개     소소한 변화만으로 건강을 향상시킬 수 있어 몇 가지 작은 변화를 고수하는 것으로 더 건강하고 행복해질 수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전반적 건강과 체력 수준을 높...  
2456 분노는 심장 건강을 갉아 먹는 대적 불씨 210 2022-07-11
분노는 심장 건강을 갉아 먹는 대적 권대익 입력 2022. 07. 03. 18:30 댓글 13개     [노태호 교수의 심장 건강] 가톨릭대 명예교수(노태호심장클리닉 원장) 게티이미지뱅크말싸움 끝에 화가 머리 끝까지 치밀어 오른 남자가 갑자기 가슴을 움켜잡고 바닥에 쿵...  
2455 소화불량 오래 되면 위암 될까? 불씨 134 2022-07-10
소화불량 오래 되면 위암 될까? 이금숙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22. 07. 08. 23:00 댓글 2개     위암, 식도암, 췌장암, 담낭암, 간암 등 초기에는 소화불량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그러나 소화불량이 오래 되어서 암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클립아트코리아 ...  
2454 [아미랑]"면역력 유지 비결.. 매일 '이 운동' 하세요" 불씨 172 2022-07-09
[아미랑]"면역력 유지 비결.. 매일 '이 운동' 하세요" 기고자/이병욱 박사(대암클리닉 원장) 입력 2022. 07. 07. 08:50 수정 2022. 07. 07. 09:27 댓글 28개     <당신께 보내는 편지> 지난 한 주도 활기차게 보내셨나요? 암환자들은 활력을 더하려면 운동을 ...  
2453 [소소한 건강 정보] 10초간 한 발로 못 서면 건강 위험 신호 불씨 176 2022-07-08
[소소한 건강 정보] 10초간 한 발로 못 서면 건강 위험 신호 입력 2022. 07. 07. 03:04     중년 이후 한 발 서기를 오래 할 수 있느냐가 장수 지표로 제시됐다. 영국 스포츠의학 저널은 팔을 옆구리에 붙이고, 시선은 정면을 향한 채, 한쪽 발의 앞부분을 반...  
2452 온열질환 예방하려면 야외활동 줄이고 수분 섭취 충분히 불씨 126 2022-07-07
온열질환 예방하려면 야외활동 줄이고 수분 섭취 충분히 김양균 기자 입력 2022. 07. 06. 17:00     헐렁한 옷·모자 착용 권고 (지디넷코리아=김양균 기자)연일 폭염이 지속되며 일사병이나 열사병 등 온열질환자가 늘고 있다.  질병관리청 온열질환 응급실 감...  
2451 매일 5분만 '이 동작'해도.. 골밀도 높아진다 불씨 157 2022-07-06
매일 5분만 '이 동작'해도.. 골밀도 높아진다 이해나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22. 07. 04. 11:03 수정 2022. 07. 04. 11:20 댓글 39개     매일 5분씩 한 발을 들고 나머지 한 발을 이용해 살짝 점프하는 호핑 운동을 하는 것은 골밀도 강화에 도움을 준다./사진...  
2450 '이 습관' 들이면.. 수명 10년 늘어나 불씨 104 2022-07-05
'이 습관' 들이면.. 수명 10년 늘어나 이해나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22. 07. 04. 20:30     질병 없이 10년을 더 살려면 하루 30분 이상 운동하기 등 건강 습관 5가지를 실천하는 게 좋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무병장수'는 모든 사람의 꿈이다. 이를 이루려...  
2449 24시간 다른 몸 상태..사망자가 가장 많은 시간 불씨 130 2022-07-04
24시간 다른 몸 상태..사망자가 가장 많은 시간 정희은 입력 2022. 07. 03. 19:31 댓글 313개   창의성, 심장발작 등이 나타나는 시간도 있어 하루 24시간 중 특정 행위를 하기에 가장 적당하거나 최고인 시간들이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우리 몸은 하루...  
2448 7월에 꼭 맛봐야 할 제철 식품 9가지 불씨 142 2022-07-03
7월에 꼭 맛봐야 할 제철 식품 9가지 권순일 입력 2022. 07. 02. 13:06     입맛 돋우고 영양소도 풍부해 제철을 맞은 깻잎에는 영양소가 풍부해 건강에 도움이 된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폭우와 연이어 시작된 찜통더위에 식욕조차 떨어지는 시기다. 이럴 ...  
2447 상체와 하체, 어느 운동이 '더' 건강해질까? 불씨 166 2022-07-02
상체와 하체, 어느 운동이 '더' 건강해질까? 김혜원 입력 2022. 06. 28. 06:01 댓글 26개     [오늘의 건강] 나이가 들수록 상체보다 하체 근육이 중요   하체 근력 운동은 선택이 아닌 필수로 각종 성인병과 골다공증을 예방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대기...  
2446 건강하게 100세 맞는 어르신들..이 9가지 특징 갖고 있었다 불씨 106 2022-07-01
건강하게 100세 맞는 어르신들..이 9가지 특징 갖고 있었다 고석현 입력 2022. 06. 21. 06:58 수정 2022. 06. 21. 09:36 댓글 6개     [사진 셔터스톡] 백세시대다. 한국의 100세 이상 어르신인구는 지난해 8월말 기준 1만935명(남 2230명, 여 8705명)으로, 초...  
2445 암 발생 위험도 높은 흔한 음식들은? 불씨 106 2022-06-30
암 발생 위험도 높은 흔한 음식들은? 김용 입력 2022. 06. 29. 11:41     금연, 음식만 잘 골라도 암 위험 60% 이상 줄인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햄, 소시지, 베이컨 등 가공육을 1군(group 1) 발암요인으로 분류하고 있다. [사진=...  
2444 좋은 마음이 몸에 미치는 선한 영향력 7가지 불씨 123 2022-06-29
좋은 마음이 몸에 미치는 선한 영향력 7가지 정희은 입력 2022. 06. 28. 19:31 댓글 2개     명상은 수면 혈압 통증 등에 효과   마음과 몸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마음과 몸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 우리의 마음가짐과 신체 건강이 서로...  
2443 집안에 똬리 틀고 있는 질병 위험요인 10 불씨 127 2022-06-28
집안에 똬리 틀고 있는 질병 위험요인 10 김영섭 입력 2022. 06. 27. 14:11 수정 2022. 06. 27. 15:08 댓글 2개     스위트홈 모형.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집안도 건강 안전지대가 결코 아니다. 건강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들이 곳곳에 널려 있다. 커...  
2442 백세시대 관절·척추 건강 지키는 7가지 생활수칙 불씨 148 2022-06-27
백세시대 관절·척추 건강 지키는 7가지 생활수칙 김길원 입력 2022. 06. 22. 13:42     정형외과학회 "허리·목·무릎·어깨 통증 참지 말고 전문의 찾아야"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 대한정형외과학회(회장 김명구)는 초고령화 사회에 접어들면서 근골격계...  
2441 피 맑게 하고 체중 조절 돕는 흔한 음식들은? 불씨 122 2022-06-26
피 맑게 하고 체중 조절 돕는 흔한 음식들은? 김용 입력 2022. 06. 23. 13:01 댓글 14개     [사진=국립농업과학원] 요즘 상점에서 자주 보이는 식품 중에 혈액의 흐름을 돕고 체중 조절에 좋은 음식들이 적지 않다. 상추, 토마토, 견과류 등을 꼽을 수 있다. ...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