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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과생활

"채식은 과연 옳은가?" 채식·육식에 대한 착각들

권대익 입력 2021. 10. 23. 05:10 수정 2021. 10. 23. 11:57

 

 

[전문의가 쓰는 건강 칼럼] 이경실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게티이미지뱅크

요즘 우리나라에서도 유럽과 미국의 식문화가 유행하면서 채식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동물성 지방을 과다 섭취하는 것은 만성 염증과 동맥경화를 일으킨다. 나아가 뇌졸중, 심장병, 암의 원인이 될 수 있기에 주의해야 한다.

그런데 진료실에 있다 보면,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 “저는 고기도 안 먹는데, 왜 콜레스테롤이 높나요” “뇌졸중을 치료한 신경과 교수님이 기름진 식사를 하지 말라고 알려주었는데, 저는 고기 자체를 먹지 않는 채식주의거든요” 등이다.

실제로 우리나라 채식주의자들은 2008년 15만 명에서 2018년 150만 명으로 10년 새 10배가 늘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뇌졸중이나 암이 줄었는가.

아니다. 오히려 늘고 있다. 왜 그럴까. 이론대로면 채식주의자가 늘수록 암이나 심ㆍ뇌혈관 질환은 줄어야 하는 것이 맞는데 말이다. 이유는 이렇다. 채식주의를 한다고 말하는 사람의 대부분이 불량 채식주의자다.

“50대 이상에서 밥과 밑반찬, 국물을 먹으면서 채식한다고 하면 안 된다.”

매체를 통해 고기 위험성을 듣고 고기를 먹지 않는 사람은 어떻게 먹을까. 채식이 자리 잡고 1년 이상 지난 분 가운데 50대 이상은 대부분 잡곡밥에 국, 나물반찬과 밑반찬을 먹는다.

맛있는 국은 모두 짠 음식이다. 나물도 점점 짜게 무친다. 밑반찬은 어떤가. 몸에 좋다는 모든 채식 원료, 심지어 송이버섯, 셀러리, 오이 등을 모두 간장에 절여 놓고 먹는다.

김치는 배추김치, 총각김치, 갓김치, 국물김치 등 다양하게 올리지만 모두 절임 음식이다. 고기를 먹지 않지만 짠 음식도 우리 몸에서 복부 비만, 지방간, 고혈압, 당뇨병을 만들고, 나아가 뇌졸중과 심장병을 만든다. 진짜 채식을 하려면 신선 식품을 충분히 먹어야 한다.

“50대 이전, 빵ㆍ면 요리, 드레싱 듬뿍, 콜라를 마시면서 채식한다고 하면 안 된다.”

50세 이전 젊은 사람 가운데 채식주의로 갈아탄 사람은 건강도 건강이지만, 동물사랑으로 시작하는 사람이 많다. 그런데 이 사람들도 1년 이상 채식을 유지하면, 대부분 각종 빵과 면 요리를 먹는다.

빵과 면 요리를 먹으면서 채식한다고 하면 동물 사랑은 실천할 수 있지만, 오래 살지 못한다. 또 샐러드는 먹는데, 매일 먹기에는 맛이 없기 때문에 각종 드레싱을 번갈아 가면서 듬뿍 뿌려 먹는다.

모양이 바뀐 설탕일 뿐이다. 밀가루와 설탕을 매일 먹는 것 역시 복부 비만, 지방간, 고혈압, 당뇨병을 만들고, 나아가 뇌졸중과 심장병을 유발한다. 심지어 운동까지 하지 않는다면 더 이른 나이에 질병이 생길 수 있다.

안타깝게도 운동할 시간이 없기도 하다. 먹고살기 바쁘기 때문이다. 그리고 집에 있는 시간의 대부분은 휴식이 필요하기에 넷플릭스나 유튜브를 보면서 움직이지 않고 있다. 진료실에 오는 젊은 채식주의자들은 고기만 안 먹었지, 영양과 운동 등 생활 습관은 엉망인 사람이 많다.

“근육질의 활력 있는 채식주의자는 모두 운동선수이거나 부자다.”

미국과 유럽의 활기 넘치는 젊은 채식주의자 가운데에는 올림픽에 나갈 만큼 근육질의 건강한 사람이 적지 않다. 그래서 채식주의자들이 이 사람들을 근거로 채식한다고 해서 ‘매가리’가 없는 것은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서양의 셀럽 채식주의자들과 운동선수이면서 채식주의자들, 즉 건강하고 활력이 있는 채식주의자들은 모두 돈이 많거나 시간이 많은 사람들이다. 채식으로 건강하면서, 맛있는 식사를 하려면 레시피 고민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해 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채식으로 내게 필요한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비타민과 미네랄을 적정량으로 먹으려면 매일 얼굴보다 큰 대접에 채소와 콩류를 듬뿍 담아 먹어야 한다.

하루에 콩 500g에 해당하는 단백질을 섭취해야 한다. 검은 콩 500g을 내가 만들어서 하루는 해 볼 수 있지만, 지속 가능하기가 어렵다. 맛도 없고, 너무 많이 먹어야 하기 때문에 질린다. 영양적인 문제를 놓치고 채식을 하면 더 많은 돈을 병원에 쓰게 된다. 그런 사람들을 나는 진료실에서 수도 없이 본다.

“채식하면서 술ㆍ담배를 할 바에는 육식이 낫다.”

채식한다고 고기를 먹지 않는데, 맥주를 매일 마시는 환자가 있었다. 닭튀김 안주 대신 감자튀김을 먹는다고 했다. 이 환자는 아이러니하게도 고기를 먹지 않지만 통풍 환자다.

채식한다고 고기를 먹지 않는데, 심장동맥(관상동맥)이 90% 좁아져 스텐트를 넣은 환자가 있었다. 국물 요리를 즐겨 먹고 30년간 흡연한 환자였다. 스스로를 채식주의자로 설정하고, 고기를 먹지 않으려고 노력하면서 술ㆍ담배를 즐기는 것은 내 건강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모든 연령에서 진짜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은 가공 음식ㆍ절임 음식ㆍ국물 요리를 줄이는 것이다.”

의사를 만나지 않고 무병장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답은 채식에 있지 않다. 소식하는 것도 모두에게 해당되는 정답이 아니다. 모두에게 해당되는 정답은 밀가루, 쌀가루, 설탕, 소금을 가능한 한 적게 먹는 것이다. 생각만 해도 맛있는 면, 빵, 떡, 국물 요리, 절임 반찬을 가능하면 줄이고, 마트나 시장에서 산 생선과 고기, 채소 등 신선 식품을 재료로 조리를 최소화해서 먹는 것이다.

이경실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ankookilbo.com

ⓒ한국일보 www.hankookilbo.com

 

 

출처:   https://news.v.daum.net/v/20211023051004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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