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환과 음식] 빨리 먹는 식습관 건강에는 어떤 영향 있나
정명진 입력 2019.08.17. 12:00
하루 종일 소파에 앉아 감자칩을 먹으며 TV만 보는 사람을 일컬어 '카우치 포테이토'라고 한다.
최근에는 하루 종일 일만 하는 사람을 빗대어 '데스크 포테이토'라는 관련어가 생기기도 했다. 바쁜 현대생활에서 더 효율적으로 시간을 쓰기 위해 빨리 먹는 현실을 반영하는 것 같아 조금은 슬프지만 고쳐야 할 습관임은 분명하다.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가정의학과 최영은 교수는 "식사 시간이 5분 이내인 사람은 15분 이상인 사람보다 비만 위험은 3배, 당뇨병은 2배, 고지혈증 위험은 1.8배, 지방간 위험은 23배 높게 나타났다"며 "이러한 상태로 오랜 시간이 지속되면 급성심근경색은 물론 뇌혈관질환, 뇌졸중 등을 유발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15분 이상 식사해야 포만감 느껴져
건강을 결정짓는 제1요소는 식습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신체에 필요한 영양 성분을 고루 챙겨 먹는 것은 건강 유지의 기본일 것이다. 무엇을 먹느냐 만큼 중요한 게 어떻게 먹느냐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식사 시간이 짧은 편이다. 수천 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본 연구에서 식사 시간이 5분 미만은 7%, 5분에서 10분 미만은 44.4%, 10분에서 15분 미만은 36.2%로 나타났다. 10명 중 9명의 식사 시간이 15분을 넘지 않는 것이다.
식욕은 호르몬 분비에 따라 조절된다. 식욕을 억제하는 렙틴과 반대로 자극하는 그렐린이 대표적이다. 지방 조직에서 분비되는 렙틴은 음식을 충분히 먹었다는 신호를 뇌로 보내 먹는 행동을 멈추게 한다. 반면 그렐린은 위가 비었을 때 뇌에 공복감을 알리는 역할을 한다.
렙틴은 식사를 시작한 지 최소 15분이 지나야 분비되며 음식을 천천히 잘게 씹어 먹을수록 잘 분비된다. 그런데 식사가 15분 전에 끝나면 식욕억제 호르몬이 작용하지 않아 포만감을 덜 느끼게 돼 과식으로 이어지기 쉽다. 이때 칼로리 섭취량이 크게 늘어나면서 각종 대사 질환의 단초가 되는 것이다.
■빠른 식사 시간, 비만은 물론 대사질환의 시작
음식을 빨리 먹는 사람은 대체로 입안에 많은 양의 음식을 넣으면서도 씹는 횟수는 적다. 한 술 가득 입안에 넣고 몇 번 우물우물하다 삼키는 것이다. 음식물은 20~30회 정도 오래 씹어야 잘게 부서지면서 침 속의 소화 효소가 골고루 닿을 수 있는데, 이렇게 대충 씹은 상태의 많은 음식물이 한꺼번에 위로 내려가게 되면 위에 큰 무리가 가게 된다. 음식물이 위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위점막이 위산에 더 많이 노출되며, 소화 기능이 저하되어 소화불량, 복통, 속쓰림 등의 증상이 생기고 장기간 이어지는 불량한 식습관으로 인해 위염, 위궤양, 십이지장궤양, 위암 등의 질환이 발생할 위험도 높아진다.
급한 음식섭취는 식후 역류에도 영향을 미친다. 5분 내로 식사했을 때가 30분 내에 식사하는 것보다 더 많은 역류 증상이 나타난다. 잘 씹지 않고 빨리 음식물을 섭취하면 많은 공기를 음식물과 함께 삼키게 되고 위는 급속도로 팽창하게 된다. 이때 위는 압력을 낮추기 위해 공기를 밖으로 내보내는데, 이 과정에서 위산이 함께 역류해 식도 점막을 손상시키고 염증을 일으킨다.
■뇌 건강에도 중요한 저작활동
음식을 씹는 것은 뇌의 건강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입에서 씹는 저작활동을 할 때 대뇌피질을 자극하고, 뇌로 가는 혈류를 증가시켜 뇌세포에 충분한 산소와 영양소를 공급함으로써 치매에 걸릴 위험을 낮출 수 있다. 실제로 잘 안 씹는 식사습관을 가진 사람들이 치매와도 연결된다는 연구결과도 존재한다. 치매환자들에게 치료운동으로 씹는 운동을 권장하기도 한다.
바른 식습관을 유지하는 것은 건강을 위해 중요하다. 음식은 최소 30번 이상 충분히 씹고 가능한 20분 이상 천천히 즐거운 마음으로 식사를 하는 것을 실천해야 한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