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 폭우, COVID 19의 여파로 아직 많은 이들이 고통받는 와중, 모든 이의 가정이 무탈하기를 바라는 한 때입니다. 안녕하십니까? 횃불장학생 황도휘 입니다.
2005년 순천향대학교 의과대학 입학당시부터 2012년 졸업까지, 긴 수학기간 소중한 도움을 받으며 의사 면허까지 무사히 취득하였습니다.
이는 단순히 장학금이라는 경제적인 부분에서뿐 만 아니라, 장학회 모임이나 산행 등 여러 부분에서 함께 하며, 어린 시절 아버지를 여의고 홀어머니를 모시고 지내온 저로서는 기대하기 힘들었던 father figure, 기댈 수 있는 벽이 나에게도 있구나 하는 심리적 안정, 세대간 소통의 단절에 의해 쌓인 냉소마저 기꺼이 먼저 나서는 온정과 따스한 도움의 손길로 씻은 듯이 녹여 내는, 젊은이들이 진정으로 필요로 하는 모든 측면에 걸쳐서 아낌없는 후원을 해 주셨기에 현재 저 뿐만 아닌 모든 장학생 학우분들께서 사회에 가치를 만들어 일구어 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저는 올해 초까지 가톨릭중앙의료원 소속으로 수원성빈센트병원, 여의도성모병원, 대전성모병원에서 내과 전공의를 끝마치고 현재 내과 전문의 취득한 상태로, 실은 현재 한번의 쉼표를 가지고 있는 중입니다.
짧은 저의 경험이나마 돌이켜 보았을 때, 이러한 공백은 여러 번 있었습니다.
의과대학 예과를 끝마치고 본과를 앞두고 있을 때쯤, 기운 가세로 살던 집마저 퇴거를 앞두고 생활과 향후의 학비를 위해 휴학하고 학생들을 가르치던 시절도 있었고,
고달픈 수련의 생활을 버텨내고 경쟁까지 해서 들어갔던 정신건강의학과 전공의 또한, 스스로의 선택으로 수련 중단을 결정하기도 했습니다. 지적 흥미와 평생의 업으로서의 불일치가 이유였지요.
이후 39개월간의 군의관 생활동안 다양한 장병들을 환자로써, 동생으로써, 친구로써 만나고 고달픈 군생활과 예비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불안감에 공감하며 저 스스로도 평생의 업의 방향성에 대한 깊은 고민을 하였습니다.
비록 첫번째 전공의 수련중단으로 말미암은 회의감에서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했습니다만, 두번 세번 생각해 보아도 의업은 그를 행하는 미약한 대리인일 뿐인 인간을 훨씬 상회하는 큰 가치를 만들어내는 일이며 이왕 수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이를 행할 수 있는 위치에 도달한 이상 생명에 가장 가까운 곳에서 가장 지적인 방법으로 사람을 돕는 내과를 전공하기로 결심하였습니다.
내과 전문의가 되어 전공의 시절을 회상하니, 그때는 정신적, 육체적 압박의 극한에서 싸워야만 이겨낼 수 있었습니다. 전공의 특별법으로 주 80시간 근무 제한이 도입되던 시기였지만 실질적으로 어떠한 병원에서도 이를 지키면서 주어진 모든 업무를 마치고 환자들의 바람직한 예후를 기대할 수는 없기 때문에, 주말이나 휴일은 없이 120시간은 족히 해야 했고, 그럼에도 수련 기간 지켜내지 못한 생명들이 너무 많았습니다. 한 생명이 꺼져갈 때, 사랑하던 가족들이 환자의 죽음을 묵묵히 인정할 때에 느끼는 책임감, 결단의 무게를 짊어졌으나 스스로 부족함을 느꼈을 때의 자괴감은 이 일을 시작하기 전 상상한 그것 이상이었습니다.
무엇보다도 힘들었던 것은, 저의 수련중 어머니마저 폐암이 확인되어 치료를 요하는 상태가 되신 것이었습니다. 선천성 동맥관 개존증으로 개흉 수술도 겪으시고, 저의 군생활동안 경부 신경절의 8cm 크기의 신경종양으로 큰 수술을 겪으시며 많이 쇠약해지신 어머니께서 또 큰 병을 앓으시게 되어 눈코뜰 새 없이 바쁘던 중에도 큰 부담이 있었습니다. 다행히 폐암은 초기 단계로 수술로써 완쾌가능한 기수였고, 분당서울대병원 간호사로 재직중이던 누님의 노력으로 수술 날짜를 일찍 잡을 수 있어, 수술 후 3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재발 없이 건강히 생활을 하고 계십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며, 수련을 마치고 나면 어머니와의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고, 세계 방방곡곡을 누벼보고자 계획을 세웠습니다만, 작년 말부터 발흥한 COVID-19 사태로 계획이 틀어져서 지금은 15년의 외지생활을 접어두고 고향 목포로 돌아와 어머니를 모시고 사람이 몰리지 않는 평일 위주로 국내 명산 대천 다니며 언제 다시 올 줄 모르는 한 때를 보내고 있고, 내년에 다가올 신장내과 분과전문의 임상강사 생활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저 뿐만 아니라 현재 코로나 사태로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인생에서 쉼표를 가지고 있는 젊은이들이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살아오며 받은 도움에 감사하며 하루 하루를 선물 받은 듯이 충만하게, 그리고 치열하게 고민하며 보내다 보면 반드시 결실을 맺을 시기가 올 것입니다.
횃불같은 따뜻한 빛으로 우리 젊은이들을 이끌고 도와주신 임동신 회장님 및 횃불장학회 모든 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 드리며, 저 또한 더 큰 가치를 만들며 사회에 공헌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3월 28일 바티칸에서 거행된 인류를 위한 기도에서 한 구절 말씀드리고 인사드리겠습니다. 부디 건강하십시오.
“불꽃은 결코 병들지 않으니, 다시 희망의 불을 켜도록 합시다.”
도휘야. 정말 오랫만이다. 네가 홀어머니를 모시고 모두가 어렵다는 의과 대학을 마치고 겪은 인생고갯길은 오늘 네글을 보고서 알게 되었다.
네가 조금 더 관심을 갖지 못한 것이 미안하구나. 그래 여러 과정을 마치면서 지금은 나아가야할 방향을 정했다니 다행이다. 더구나 혼자 계신 어머니의 병수발과 이생에서 언제 닥칠줄 모르는 어머니와의 이별에 조금이라도 많은 시간을 함께 갖으려는 네 고은 마음에 감동했단다. 코로나사태만 아니었으면 세계로 나가서 어머님과 좋은 시간을 보낼텐데.. 그러나 우리나라도 다닐 곳이 많다 지금처럼 시간이 허락하는대로 모시고 다니길 바란다. 소식주어 고맙다. 가끔 연락 주기 바란다. 임 동 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