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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과생활

'텔로미어' 길수록 장수..건강한 생활습관이 '세포 노화시계' 늦춘다

권대익 입력 2019.09.23. 18:03

 

[문지숙 교수의 헬시에이징] 문지숙 차의과학대 바이오공학과 교수

 

텔로미어. 게티이미지뱅크

 

 

세포의 핵 속에는 유전정보를 가진 염색체(게놈)가 있다.

DNA와 단백질로 구성된 염색체의 양쪽 끝에는 텔로미어(Telomere)가 붙어 있다. 텔로미어는 세포 분열 시 DNA를 보호한다. 그런데 세포가 계속 분열하면 텔로미어의 길이가 아주 짧아져 DNA를 보호할 수 없게 되면서 세포 분열을 멈추고 노화하고 사멸한다. 텔로미어가 ‘세포의 노화시계’로 불리는 이유다.

 

1982년 엘리자베스 블랙번 박사 등은 텔로미어가 짧아지면 염색체가 복제되지 못하고 세포 분열을 멈춘다는 것을 밝혀냈다. 텔로미어와 노화·수명 간 연관성을 찾아낸 것이다. 이들은 이 공로로 2009년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

 

텔로미어가 길수록 건강하다는 연구 결과는 다양하다.

이준호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팀은 2004년 ‘네이처 제네틱스'에 ‘텔로미어가 긴 예쁜꼬마선충이 장수한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텔로미어와 사람 수명과의 연관성도 밝혀졌다. 2003년 리처드 코손 미국 유타대 의대 교수가 143명을 연구해 ‘텔로미어가 긴 사람이 짧은 사람보다 장수한다’는 것을 입증했다.

 

2015년 덴마크 연구진은 6만5,000명을 대상으로 텔로미어가 긴 상위 10% 집단보다 짧은 하위 10% 집단의 심장병·암 사망률이 1.4배 높았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이처럼 텔로미어의 길이는 장수에 직결돼 있다. 때문에 텔로미어가 짧아지지 않게 해 불로장생의 꿈을 실현하겠다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텔로머라제(telomerase)’라는 효소에 대한 연구다. 암세포의 90%에서 발견되는 이 효소는 텔로미어 길이를 유지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하지만 이 효소는 성숙한 정상 세포에는 발현되지 않아 세포 분열 시 텔로미어가 짧아진다.

 

반면 암세포에 주로 있는 텔로머라제 효소는 무제한 발현되면서 텔로미어 길이가 짧아지지 않아 암세포가 죽지 않는다. 때문에 암세포에서 이 효소가 생성되는 것을 억제하는 약물이 항암제로 쓰인다.

 

게다가 줄기세포에 텔로머라제 효소를 사용하면 노화를 억제할 수 있다. 텔로머라제 효소를 없앤 쥐는 빨리 늙지만 이 효소를 다시 주입하면 노화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세계적인 저널인 네이처에 실렸다. 텔로머라제 효소가 장수의 비결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매우 고무적이다.

 

그러나 아직 동물 실험 결과이기에 인간에게 곧바로 적용하기에는 무리라는 게 지배적인 견해다. 특히 텔로머라제 효소를 무분별하게 활성화하거나, 텔로미어를 인위적으로 늘리다가는 암에 걸릴 수 있다. 혹 떼려다 혹을 붙이는 우를 범할 수 있다.

 

다행히 운동과 건강한 식단, 명상, 심리적 스트레스 덜 받기 등 생활습관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텔로미어 길이를 유지할 수 있다. 신체 활동을 많이 하는 사람은 앉아 있거나 중간 정도의 활동을 하는 사람보다 텔로미어가 길고 노화도 9년이나 늦춘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비만은 DNA를 손상해 텔로미어가 짧아지는 속도를 높인다. 따라서 적절한 몸무게를 유지하고 면역력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거나 흡연이나 과다한 음주도 텔로미어를 빨리 짧게 만든다.

 

반면 항산화 물질이 풍부한 식품은 텔로미어 길이를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준다. 니코틴아마드 아데닌 다이뉴크리오타이드(NAD+), N-아세틸-시스테인(NAC)이나 비타민C·E가 텔로미어가 짧아지지 않게 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칼슘이나 마그네슘이 풍부한 해조류도 텔로미어 길이를 유지하도록 돕는다. 해조류나 물고기를 많이 먹은 사람은 붉은 고기나 정제·가공식품을 많이 섭취한 사람보다 텔로미어가 길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텔로미어 변화에는 유전적 요인이 30% 정도 관여하지만 건강한 생활습관 등 환경적 요인은 70%나 된다. 적절한 운동과 건강한 식단 등 좋은 생활습관이 100세 건강 장수의 길을 여는 관건이 될 수 있다.

 

 

문지숙 차의과학대 바이오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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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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