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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이슬

안녕하세요, 횃불장학회 장학생 희진입니다.

 

어떤 말로 글을 시작할까 고민하다 그럼 언제 횃불장학회와 인연이 시작되었나부터 시작해야겠다라는 생각에 기억을 더듬어 보니 벌써 10년 도 더 되었네요. 장학회의 소중한 도움으로 무사히 대학을 졸업하고 삼성전자에서 근무하다가 지금은 고등과학원이라고 하는 수학, 물리 등 순수기초과학을 연구하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정부출연연구소에서 행정직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정말 오랫만에 글을 쓰다 보니까, 어떤 말을 해야할까 고민하면서 제가 예전에 썼던 글을 읽어보니 대학생 시절이 떠오르면서 더욱 더 감회가 새롭습니다. 

 

전 전남 담양이라고 하는 곳에서 태어나고 자랐습니다. 항상 푸르르고 여유로운 도시인데, 최근 순천, 여수 등과 함께 전남의 주요 관광지로 많이 각광받고 있는 곳입니다. 고향을 떠난지 10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담양에 관련된 기사를 자주 찾아볼 정도로 고향에 대한 애정이 많습니다. 

 

고등학교까지 담양에서 나왔고, 연세대학교라고 하는 좋은 대학에 합격했지만 주변에서는 오히려 지역 교대를 가라는 얘기를 할 정도로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정부의 다양한 대출 및 장학금 제도, 또 남도학숙이라고 하는 서울에서 저렴한 가격으로 지낼 수 있는 혜택, 그리고 횃불장학회의 소중한 도움으로 무사히 대학생활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대학을 졸업한다는 것. 그것도 타지 인 서울에 있는 대학을 졸업한다는 것. 어찌 보면 평범한 일이었지만 제게는 그 조차도 큰 도전이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어려운 환경을 역으로 이용하여 제가 받을 수 있는 많은 기회와 혜택들을 찾았고, 이런 횃불장학회와 인연을 맺는 등 다양한 도움으로 그 도전을 이룰 수 있었습니다. 게다가 WEST 프로그램이라고 하는 정부 지원 해외 연수 프로그램을 활용하여 미국에 1년간 어학연수 및 인턴쉽 경험까지 해볼 수 있었습니다. 이 모든 것들을 가족들로부터 어떠한 도움도 받지 않고, 제가 스스로 기회를 찾아나선 결과였습니다. 이렇게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경험은 제게 자신감과 도전정신을 갖게 해주었습니다.

 

학생 시절 어떠한 사교육도 받아 본 적도 없었고, 교육 환경이 좋지 않았기에 영어 실력은 매우 부족했습니다. 성인이 되고 나서는 1년여의 해외 경험을 한다고 하더라도 영어 실력이 크게 오르기는 힘듭니다. 그러나 저는 영어만큼은 저만의 강점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실제로 원어민들이 사용하는 표현들을 받아 적고 매일 거의 100문장 씩 한글 문장을 보고 바로 영어로 바꿔서 말하는 훈련을 계속함으로써 지금은 OPIC 이라고 하는 영어말하기 시험에서 최고등급은 무난하게 받는 수준이 되었습니다. 이러한 경험은 무엇이든 올바른 방법을 찾고, 그 방법으로 노력하면 이루지 못하는 것은 없다는 자신감을 갖게 해주었습니다. 물론 지금 하는 업무에서 영어를 활용하는 일은 많이 없지만 사회인 영어회화 모임에서 운영진을 맡으면서 꾸준한 자기계발, 그리고 좋은 취미로 영어 함께하고 있습니다.

 

대학 시절에는 현대중공업 애틀란타지사, 여의도에 있는 ERNST & YOUNG (한영회계법인) 등에서 인턴을 거쳐 졸업 후 삼성전자 경영지원 직군으로 입사하였고, GLOBAL CS CENTER 라고 하는 전체 사업부의 CS(품질 및 서비스) 기능을 담당하는 본사 조직에서 근무를 했습니다. 3년간의 근무 후, 앞으로 30년은 남은 근로 인생에서 노동과 삶의 밸런스를 찾기 위해 서울에 있는 고등과학원이라고 하는 정부출연연구기관에 입사하게 되었고, 지금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기획재정부 등과 같은 정부 유관 기관과 국회에서 기관 예산을 확보하거나 이슈를 대응하는 기획 업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왔고, 많은 것을 이뤘고 지금은 상당히 안정적인 삶을 살고 있지만 한 가지 부족했던 부분은 가족에 대한 부분입니다. 저희 가족은 부모님과, 3형제로 형과 다섯살 어린 여동생이 있습니다. 여동생은 태어나서부터 신경섬유종증이라고 하는 유전질환으로 병원을 오갔고, 지체장애로 거동이 불편하신 어머니는 그런 여동생을 데리고 담양에서 광주에 있는 병원까지 매번 힘든 발걸음을 이어가셨었습니다. 신경섬유종증은 그 자체로는 위험하지 않지만, 평생 합병증에 시달릴 수 있어 꾸준히 관리가 필요한 무서운 병입니다. 뇌혈관이 좁아지는 희귀병인 모야모야병, 척추층만증, 다양한 형태의 종양이 그 합병증입니다.

 

동생이 중학생 때 척추측만증이 심각한 상황이었는데, 운좋게 서울에 있는 서울아산병원 사회복지사업의 일환으로 척추측만증 수술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 인연을 시작으로 계속해서 서울아산병원을 오고가며 치료를 받아왔습니다. 하지만 운이 없게도 희귀병인 모야모야병이 발병하여 뇌수술을 두 차례에 걸쳐 받게 되었습니다. 병원의 지원이 있었지만 그래도 부족한 병원비는 대학생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해외에서 인턴을 하고 있는 제가 충당해줘야 했습니다. 대학 졸업 후 제가 방을 구하고 혼자 살게 되었을 때는, 시골에 있는 동생이 서울에 상경하여 저와 함께 살면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또 하고싶어했던 디자인 회사에 취업하여 미래를 그려갔습니다.

 

한편 아산병원을 오가던 와중에, 운 좋게 동생을 관리해주시던 아산병원 교수님께서 신경섬유종증의 근본 치료에 도움이 되는 약제의 국내 임상 실험을 주도하시게 되었고 동생도 유력한 대상으로 논의 되었습니다. 하지만 신경섬유종증은 시간을 주지 않았습니다. 척추측만증, 모야모야병 등 모든 합병증을 이겨갔던 동생에게 마지막 합병증인 악성 종양, 즉 암을 선고했던 것입니다. 목 주변에 있던 작은 종양이 악성화되었던 것입니다. 신경섬유종증 임상실험은 먼 일이 되었고 당장 암 치료가 필요했습니다. 암종은 '육종암'으로 엄청나게 빠르게 커지는 무시무시한 암으로 항암제가 들지 않고 광범위한 절제가 가장 중요한 암이지만, 목 부분이다 보니 수술도 어려웠습니다. 이상하게 병원을 다니면 다닐 수록 더 아파지는 것 같다고 웃으며 말하던 동생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그렇게 동생은 서울아산병원에 씩씩하게 걸어들어와서, 1년간 단 한 번도 병원 밖에 나가보지 못하다가 작년 9월이 되어서야 병원을 떠나 하늘나라로 가게 되었습니다. 

 

가족 중에 저를 가장 좋아했고, 어른이 되어서도 같이 길을 가면 제 손을 잡고 가려고 했던 동생의 모습이 자주 생각납니다. 가족 중에 유일하게 돈을 벌었던 시기에는 동생에게 경제적으로 많은 도움을 주었지만 그때마다 동생에게 조금 차갑고 냉정하게 아껴쓰라고 닥달했던 모습이 기억이 납니다. 워낙 자주 돈달라고 했어서 ㅋㅋㅋ 그래도 나를 편하게 생각했다보다 싶었는데 나중에 동생 카톡을 보았더니 그때마다 많이 미안해했다는걸 알게 되고 제가 너무 매정하게 대한것 아니었나 후회가 많이 남습니다. 동생이 공무원 시험을 준비했었는데, 그것도 제가 앞으로 뭐 해먹고 살거냐고 공무원 시험이나 준비하라고 닥달했던 것 때문이었다는 것도 알고 되었고, 25~26년 밖에 안되는 얼마 살아 보지 못한 인생의 한 부분을 시험 준비로 낭비시키게 만든 것 같아 너무 미안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더 이상 이런 후회가 없게 하고 싶어, 지금은 가족들을 더 자주 많나고 더 많이 연락하고 있습니다. 부모님이 워낙 시골분들이라 핸드폰도 안쓰셨는데, 이번에 어머니께 스마트폰을 사드리고 사용법을 가르쳐 드렸습니다. 5분에 걸쳐 카카오톡 한마디 보내시는데 그때마다 재밌고 귀여우면서도 먼 미래에 이 문자 한글자 한글자가 매우 소중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너무 글을 많이 쓴 것 같은데, 아무래도 제 어려운 환경에 대한 이야기를 털어 놓을 수 있는 곳이 없고, 이런 것들을 털어 놓는 유일한 곳이 횃불장학회다였다보니 조금 이야기가 깊고, 길어진 것 같습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그리고 후회 없으시길 바랍니다.

 

 

채희진 드림

조회 수 :
496
등록일 :
2020.07.05
23:18:37
엮인글 :
게시글 주소 :
http://www.hfire.or.kr/179259

횃불

2020.07.06
10:34:04
profile

희진아! 소식이 궁금했는데 그동안 네게는 힘든 일이 많았구나. 큰 도움이 되지 못해 미안하다. 네가 장학생으로 선발될 때는 피상적으로 네 가정형편을 듣고 있었으나 이번 소식을 접하고 보니 네가 얼마나 힘든 환경을 이겨내고 여기까지 왔는지 이해가 된다. 시골학교에서 연세대학, 그리고 취업. 자력으로 유학등 인생굴곡마다 이겨낸것은 강인한 네 결심이라고 본다. 그렇게 너를 힘들게한 동생은 결국 세상을 등졌으니  큰 회한으로 남았겠구나. 하늘은 큰사람에게는  큰 시련으로 단련하신단다. 지금까지 네가 자랑스럽다. 앞으로 건강하게 인생길 헤쳐나가길 바란다.  임  동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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